균형을 잡고 나아가는 연구자의 힘
▲ 조규환 KICT 화재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
지난 7월, 전기차 화재 사고가 빚어낸 결과는 참혹했다. 화재가 진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8시간 20분. 주변에 주차된 차량 140여 대가 전소하거나 불에 그을렸고, 아파트 5개 동 480여 가구의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겼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가 발화하면서 화재 안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화재 위험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예방 대책을 철저히 세울 수 있는 전문가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KICT, 유연하고 전문적인 연구 플랫폼
화재안전연구본부의 조규환 수석연구원은 화재 위험성을 절실히 체감한 적이 있다. 랙(Rack) 실물화재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것이다. 차원이 다른 불길에 남다른 공포심이 앞섰지만, 동료들의 도움 덕에 간신히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이날 그는 연구에서도, 일상에서도 화재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
2015년에 박사후연구원으로 KICT에 처음 발을 들인 조규환 수석연구원은 어느덧 10년 차 연구원에 접어들었다. 현재 그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건축시설물을 대상으로 화재 시 내화·방화성능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주거용 건축물 외에도 잠재적 고 화재위험을 갖는 특수 시설물 대상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입사하고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연구의 ‘규모’와 ‘실현성’을 꼽았다. 대학원 시절에는 경험할 수 없던 대형 규모의 프로젝트에 몸소 참여하게 되니 집단지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갔고, 잇따른 결과도 훌륭하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조규환 수석연구원은 KICT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어떤 연구를 하든 관련 전문가를 원내에서 유연하게 찾을 수 있고, 프로젝트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그룹핑(Grouping)을 통해 수행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연구로 도출된 기술이 실제 시장에 전파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현될 때마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 연구를 반복할 때마다 얻는 성취감은 그의 가장 큰 동력이다.
더 확실한 국민의 화재안전을 위해
조규환 수석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를 키워드로 소개하자면, ‘플랜트 화재안전’, ‘물류시설 화재안전’, ‘화재안전 플랫폼 – 건축재료 물성 DB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화재안전 연구는 표준화재를 기반으로 건축시설물의 요구 내화·방화성능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건축시설물의 용도와 규모, 화재 등 여러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표준화재보다 더 가혹한 환경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조규환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화재안전 연구를 통해 국내 건축시설물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며, 취급하는 물질이 고인화·가연성인 산업용 플랜트의 안전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참여 중인 물류 시설 화재안전 연구는 우리나라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랙을 대상으로 화재 특성을 검토하는 연구다. 물류 시설은 임대업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내재되어 있는 가연물은 계속 변화하니, 기존 적용된 화재안전 설계의 유효성이 어긋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랙의 화재하중을 검토하고 이를 구조물 화재안전 설계 및 보강에 반영한다면 신축뿐만 아니라 기축을 대상으로도 실효성 있는 화재안전 기술을 도출할 수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데이터 중요성이 높아졌으므로, 지금부터라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 및 관리하여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조규환 수석연구원은 화재안전 플랫폼 연구에서 건축물 구조·재료의 고온 물성을 DB화하는 데 프레임워크를 설정하고, 수요 높은 데이터 유형을 분류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균형 잡힌 자세로 임하는 협동 연구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과 가치관에 따라 주관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규환 수석연구원은 함께 하는 연구를 지향한다면 객관적인 시각과 더불어 연구에 임하는 마음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연유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도 ‘균형’이다. 연구자의 소신도 중요하지만, 자칫 아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다는 조규환 수석연구원. 집단지성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료와 소통과 공감을 아끼지 않는 그는 누구보다도 매 순간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 따라 표현하는 언어와 입장은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이뤄 내고자 한다면 균형을 항상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변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현대 사회, 연구자는 현대 기술 수준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만 더욱 효과적으로 연구의 방향성을 설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규환 수석연구원은 다가올 2025년에는 연구 기획에 더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앞으로 건축법에 준한 내화·방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방법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더 효율적인 화재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언제 어디서든 균형 이룬 마음이 빚어낸 긍정성을 발휘하고 싶다는 조규환 수석연구원. 그의 올곧은 균형과 부단한 성실함이 빚어낼 연구의 결실이 기다려진다.